아름다운 시

[스크랩]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라인 빌 2020. 3. 23. 07:53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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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高靜熙) 1948 ~ 1991 여류시인.

전남 해남 출생. 5남 3녀 가운데 장녀로 태어났다.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1975년 시인

박남수의 추천

으로 《현대문학》에 《연가》, 《부활과 그 이후》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허형만· 

김준태·장효문·송수권·국효문 등과 ‘목요회’ 동인으로 활동하였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여성문학인위원회 위원장, 시창작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1984년부터는 기독교신문

사, 크리스찬아카데미 출판 간사, 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을 거쳐 여성문화 운동 동인 ‘또하나의 문화’에서 활동

하는 등 사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였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사하였다.

시집으로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 《실락원 기행》(1981), 《초혼제》

(1983), 《이 시대의 아벨》(1983), 《눈물꽃》(1986), 《지리산의 봄》(1987),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1989), 《여성해방출사표》(1990), 《광주의 눈물비》(1990), 《아름다

운 사람 하나》(1991)와 유고시집으로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199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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