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와 여자 ♣
남자는 서서 싼다.
한 손에 담배를 끼고 걷기도 한다.
남자는 쉽게 시작하고,
사랑하는 동안 딴 짓도 한다.
여자는 앉아서 싼다.
그 동안 다른 일은 하지 못한다.
여자는 사랑을 하면 그만 사랑하고
사랑하는 동안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싸고 난 후 털어 담는다.
그래도 어딘가에 묻어 있다.
잊어도 다 잊지 않고 조금은 남아 있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도 낯설지 않다.
여자는 싸고 난 후 닦아 낸다.
문을 닫고 일어선 순간,
깨끗이 지워진다.
그래서 다음에 보는 그는
휴지통 속 구겨진 휴지처럼 초라해 보인다.
여자는 화장을 한다.
여자는 나갈 때 화장하고 돌아오면 지운다.
함께 있을 때의 여자와
돌아섰을 때의 여자는 그래서 다르다.
오래된 여자도 거울을 보며
다 지우기 때문에 들키는 일도 없다.
남자는 면도를 한다.
남자는 자란 털 사이로
배인 때를 안고 다음 날까지 잔다.
오래된 남자는 취한 채
곧 바로 자기 때문에 흔적이 남는다.
그러다 꼭 걸린다.
여자는 본능으로 안다 한다.
남자는 비가 오면
누구를 씌어 줄까 생각하다
옛 여인을 그리워한다.
여자는 누구 우산을 써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비 맞고 간다.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