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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첫사랑을 끄집어내어보니!

라인 빌 2020. 6. 17. 15:31
 

 

첫사랑을 끄집어내어보니!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첫사랑을 끄집어내어보니!

 

 

 

어린 시절, 아니 젊은 시절이라도 좋다.

 

첫사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더더욱 잠 못 이룬 뜨거운 첫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은

 

따뜻한 봄날과 소나기의 맛과 의미를 깊이 안다.

 

 

 

 

봄이 되면,

 

아직 딱딱한 굳어 있는 땅 밑에서 나무들이 기지개를 펴는 소리,

 

뿌리들이 물을 길러 올리는 소리,

 

흙 속의 무수한 씨들이 먼저 땅 밖으로 나가려고 다투는 소리가,

 

날로 도타워지는 봄 햇살 속에서 파문을 일으킨다.

 

 

 

 

태어나 첫사랑을 하게 되면, 이와 같이 몸은 온통 봄이 되어버린다.

 

몸 구석구석에 잠들었던 세포들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머리에서 가슴에서 온 몸에서 우당탕탕 요란한 떨림과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킨다.

 

머리가 화끈거리고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띈다.

 

온몸에서 소란스럽게 싹을 틔우느라 저려오며 몸살기운이 번진다.

 

 

 

 

몸과 마음이 화끈거리는데, 그 사람만 보면 굳어지고 머리가 하야 진다.

 

말은커녕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

 

잠은 오지 않고 눈만 멀뚱거리며 이리저리 뒤치락거린다.

 

그 집 앞을 서성거리고 편지를 쓰다 수없이 찢어버린다.

 

밥맛은 없고 책을 봐도 글자는 보이지 않고 그 사람 얼굴만 보인다.

 

 

 

 

그렇게 내 인생에 왔다 간,

 

봄날같이 다가와 소나기같이 퍼붓던 첫사랑, 다 잊었노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불쑥 마음 한쪽에서 하얗게 휘날리는 첫사랑의 기억…..

 

 

 

 

소나기는 잠깐 다녀가지만 너무나 강렬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인생 전부가 젖기도 하고

 

어떤 이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소나기를 만나면 비를 피하기 위해 조촐한 처마 밑이나

 

회색 빌딩 숲으로 뛰어가는 사람,

 

비와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빗 속을 걸어가는 사람,

 

당신과 나는 그 중 어떤 사람이었던가…..

 

 

 

 

첫사랑을 혼자 끙끙 앓다 짝사랑으로 끝나고만 사람.

 

첫사랑을 열병 앓듯이 잠시 몸부림치다 지나고만 사람

 

첫사랑을 상황의 변화에 이기지 못하고 포기하고만 사람

 

첫사랑을 상대편의 변심으로 평생 상처로 안고만 사람

 

첫사랑을 이루어 부부로 일생을 함께 가는 복 받은 사람

 

 

 

 

옷이 젖을 것도 알면서도 웃으며 묵묵히 걸어간 사람,

 

그 비를 맞으면 온 몸이 아플 것을 알면서도

 

그 속을 걸어가며 빗물처럼 우는 사람

 

그 사람은 소나기 같은 첫사랑을 생애 끝까지 숨쉬는 삶이다

 

 

 

 

몸도 마음도 사랑도 상념의 세계에서만 채색하며 꿈틀거리는 오늘,

 

첫사랑의 추억을 흘러간 기억의 세계에서 끄집어내어보면,

 

그 시절, 첫사랑은

봄날과 소나기같이 뭉클하게 강렬하게 훑어 지나가면서

 

축복으로 부부인연 맺어 평생토록 첫사랑의 포로가 되었건만

 

 

 

 

그 긴 세월,

 

세월의 무게, 삶의 질곡, 상황의 변화 속에

 

그 첫사랑의 봄을 향한 웅성거림과 기지개, 봄날의 그 따뜻함

 

소나기 같은 강렬하고 퍼부어 머리털부터 발끝까지 적신 그 열정,

 

그대로 있는가, 식었는가, 굳었는가, 잊었는가, 없어졌는가, 변했는가

 

 

 

 

지금의 나는 그 속에서 어떤 사람인가?

 

 

 

 

가슴 심연으로부터 첫사랑을 끄집어내어 곱씹어보니,

 

뭔가 온도가 식어버린 것인지,

 

그 뜨거움과 그 열정은 어디로 가고 굳어진 것인지,

 

찬장 속에 있는 화석화된 사랑을 매일 바라보며 그런가 하고 무심히 살아간다.

 

 

애 뜻함과 살뜰함보다, 무덤덤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한 것 같다.

소파에 앉아 커피잔 들고 차창 밖,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본다.

여유와 자유를 누린다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첫사랑을 끄집어내어보니!

 입맛이 씁쓰레하다.

 

 

 

- 올레길 -

 

 

 

장미가 피는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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