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심 하면 萬福이 저절로” / 석주스님 (전 칠보사 조실)
'좋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다 돌려주고 악한 일은 모두 자기에게 돌리라’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좋은 자리는 남에게 다 돌려주라 하셨습니 다. 제일 나쁜
자리에 앉으라 하셨으니, 그것이 모두 복을 받을 일이라는 말입니다.
人我山崩處(인아산붕처) 無爲道自成(무위도자성)
凡有下心者(범유하심자) 萬福自歸依(만복자귀의)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인아산(人我山)이 무너지는 곳에서 무위(無爲)의 도가 저절로 이루어
지나니, 무릇 하심(下心)함이 있는 이에게 만복이 스스로 귀의한다’
는 뜻이지요.
‘내가 아니다’하는 그 상이 무너지는 곳에 함이 없는 도가 스스로 일
어나고, 무릇 하심하는 자에게는 만가지 복이 모두 날 위해서
찾아옵니다.
하심이라는 공부는 정말 좋은 것입니다.
참선하고 염불하는 중에도 ‘나’라는 생각이 있으면 안됩니다.
언제든지 남을 배려해야지, 나만 잘살겠다고 해서는 잘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심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항상 하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길을 가다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돌을 던지고 때렸습니다. 그러면 멀찍이 물러선
뒤 그분들을 향해 합장하고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매를 맞아가 면서도 때리는 사람들을 존경한다며 예배를 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하심을 해야 합니다. 내 몸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해야만 자신도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를 낮추고 마음을 넓게 가지는 사람을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자신을 사랑하듯 남을 사랑해야합니다.
수월(水月)과 같이 마음을 열고, 속을 비워놓고 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하심하면 마음이 깨끗해집니다.
우리 본 마음은 다 부처님입니다.
지금 우리 중생이 괴로운 것은 모두가 번뇌망상에 가려서 자기 본성이
나타나지 않아서 입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팔만사천가지 번뇌가 있습니다.
번뇌란 번요뇌란(煩擾惱亂)으로서 ‘마음을 흔들어서 어지럽게 한다’
는 뜻입니다. 마음의 때 같은 것이지요. 우리의 가정이나 하숙집 같
은데 며칠 묵다가 떠나는 손님같은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마음 가운데 있는 번뇌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없어지
게 되어 있습 니다.
마치 여름날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와 소나기가 내리면서 천둥이
치는 현상이 오래 가지 못하고 갑자기 해가 뜨고 맑게 개는 그런
현상처럼, 우리 마음도 그러합니다. 그 번뇌만 털어내면 본 마음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일컬어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는 부처님을 깨
닫게 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