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전집

91장 -[화복(禍福)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貞士無心徼福 天卽就無心處 牖其衷
정사무심요복 천즉취무심처 유기충
險人著意避禍 天卽就著意中 奪其魄
험인착의피화 천즉위착의중 탈기백
可見 天之機權最神 人之智巧何益
가견 천지기권최신 인지지교하익
지조가 바른 사람은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는지라
하늘은 곧 마음 없는 곳을 찾아가
복의 문을 열어 주고,
간사한 사람은
재앙을 피하려고 애쓰는지라
하늘은 곧 그 마음을 쓰는 데 나아가
그 넋을 빼앗는다.
하늘의 권능이 얼마나 신묘한가.
인간의 잔꾀가 무슨 소용있겠는가.
[해설]
지조가 바른 사람은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지만
하늘은 마음이 없는 곳을 취하여
그 속마음을 인도한다.
음험한 사람은
화를 피하는데 뜻이 있지만
하늘은 뜻이 있는 곳을 취하여
넋을 빼앗아 버린다.
하늘의 권능이 가장
신비롭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인간의 지혜와 기교가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올바른 사람은 요행을 바라지 않고
자기 직분에 충실하지만
때가 되면 하늘이
그 정직함을 보답하기 위해 복을 내린다.
그러나 잔재주를 부리며
남을 해쳐 가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은 재앙을 내린다.
하늘의 권능이 이처럼 큰데
어찌 사람의 잔재주가 통하겠는가?
인간사 모두를
낱낱이 헤아리고
그것에 합당한 것으로 갚아준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경천(敬天) 사상이다.
좁은 인간의 생각으로,
또는 하잘것없는 인간의 기교로
하늘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교훈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고
경천승복(敬天承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