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산 정상 쪽으로 오를수록 가을은 이미 기우러져 있다 많은 색들이 모아지고 있다 갈색 톤이다. 두터운 떡갈잎의 색은 능선을 지나는 예리한 바람에 깎인 갈색 음으로 표현 한다면 첼로의 음에 가깝다 그 갈색 톤도 빗방울 막 지나고 햇살을 받은 이면은 투명한 갈색으로 얼굴을 내민다. 저 잎들에게도 섬세한 감정은 있다. 쓸쓸하지만 겨울지나 내년 4월까진 견디리라.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벌레먹어서 예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