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의 연꽃 건드릴 것 같기만 해도, 스치기만 해도 뼈저리게 아픈 상처, 너무나 연약한 부분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도무지 벗어날 것 같지 않은, 끝없이 반복되는 불안과 공포 앞에 절망한 적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지만, 가슴 속 심연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울부짖음에 귀를 막고 도리질 친 적이 있습니까? 갑작스런 정신적 공황(恐慌)에 무력한 어린아이처럼 다리에 힘이 쭉 빠진 채 어쩔 줄 몰라 벌벌 떨어본 적이 있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겁이 나면 온몸을 옹송그리고 주저앉아 울어도 됩니다. 두렵다고, 외롭다고, 힘들다고, 죽을 것 같다고, 악다구니를 써도 됩니다. 마음껏 울어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다만, 다만 도망치지만 마십시오. 그냥 제 자리에만 있어 주십시오.
그 불안을, 그 두려움을, 그 무력함을 그저 온전히 경험만 해 주십시오. 모든 기대, 모든 희망, 모든 바람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온전히 있어 주십시오.
그리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봐 주십시오. 불꽃같은 고통의 한 가운데서도 조금도 손상 받지 않고 피어있는 연꽃 한 송이, 바로 지금 여기 이것을! - 몽지릴라밴드에서 몽지 심성일님 
뒷모습 / 나태주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