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기도
모윤숙 놀이 잔물지는 나뭇가지에 어린 새가 엄마 찾아 날아들면 어머니는 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산 위 조그만 성당 안에 촛불을 켠다.
바람이 성서를 날릴 때 그리로 들리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
아들은 어느 산맥을 지금 넘나 보다.
쌓인 눈길을 헤엄쳐 폭풍의 채찍을 맞으며 적의 땅에 달리고 있나 보다
애달픈 어머니의 뜨거운 눈엔 피 흘리는 아들의 십자가가 보인다.
주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모윤숙(毛允淑) : 1910∼1990. 여류시인. 함경남도 원산 출생. 1925년 함흥 영생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개성 호수돈여자고등보통학교 2년에 편입하였다. 1927년 이화여자전문학교 예과에 입학하여 1931년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그해 북간도정에 있는 명신여학교(明信女學校) 교사로 재직하며, 시 <피로색인 당신의 얼굴을>(東光, 1931.12.)을 발표하였다. 1932년 서울 배화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자리를 옮겼으며, 첫 시집 ≪빛나는 지역(地域)≫(朝鮮彰文社, 1933)을 발간하였다. 1934년 보성전문학교 교수였던 안호상(安浩相)과 혼인하였으나 곧 이혼하고 독신으로 활동하였다. ? 1948년 제3차UN총회 한국 대표로 참가하여 정부수립에 여류외교관으로서 활약한 바 크다. 1949년 월간 순수문예지 ≪문예 藝術≫를 창간하였고, 1951년 이화여자대학에서 강의를 하였다. 1955년 국제펜클럽 한국 대표로 참가하였고, 1960년 국제 펜클럽한국본부 회장, 1971년 공화당의 전국구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였다. 초기 작품 <피로 색인 당신의 얼골을>에는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거나 찰나의 환희를 구하기보다 논쟁과 분열을 지나 건전하게 살아가는 굳센 주인공을 찬양하고 신뢰한다는 서정적 내용을 보인다. 여기에 찬양된 주인공은 굳센 사람이고 피로 물든 얼굴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열정의 인물로 보이는데, 일제치하에서 민족적인 진로를 모색하는 의미와 정열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지향이 엿보인다. 시집 ≪빛나는 지역≫에는 신변적인 것과 자연과의 교감이 시적 제재로 나타나 있으나,≪옥비녀≫(동백 사, 1947)에 이르면 민족적인 주체의식이 전경화(前景化)되며 화자의 역사적 인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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